
봉준호 감독의 2017년 작품 <옥자>는 강원도 산골 소녀 미자와 유전자 조작으로 탄생한 거대한 슈퍼돼지 옥자의 우정과 모험을 그린 판타지 어드벤처 드라마입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동물 구출 이야기를 넘어, 거대 기업의 탐욕, 동물권, 환경 문제, 자본주의의 폭력성을 정면으로 다루며, 넷플릭스와 극장 동시 개봉이라는 파격적인 배급 방식으로 영화계에 큰 파장을 일으킨 문제작입니다. 제70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으며, 봉준호 특유의 장르 혼합과 사회 비판이 녹아든 이 작품은 관객에게 웃음과 감동, 그리고 불편한 질문을 동시에 던집니다.
1. 줄거리 소개: 산골 소녀와 슈퍼돼지의 10년, 그리고 구출 대작전
실화 여부 및 배경
<옥자>는 실화가 아닌 봉준호 감독의 독창적인 창작물입니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공장식 축산의 잔혹함, 동물 학대, 거대 기업의 이미지 세탁은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들을 정확히 반영합니다. 이야기는 글로벌 기업 미란도 코퍼레이션이 세계 식량난 해결을 명분으로 유전자 조작 슈퍼돼지 26마리를 전 세계에 분양하면서 시작됩니다. 이 프로젝트의 CEO 루시 미란도는 화려한 쇼를 통해 슈퍼돼지를 "자연스럽고 윤리적인" 미래 식량으로 포장하지만, 그 이면에는 이윤 극대화와 이미지 메이킹이라는 계산이 숨어 있습니다.
한국의 강원도 산골에서는 10년 전 할아버지와 함께 슈퍼돼지 한 마리를 분양받은 소녀 미자가 자랍니다. 네 살 때부터 옥자와 함께 자란 미자에게 옥자는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가족이자 가장 소중한 친구입니다. 둘은 깊은 산속에서 함께 뛰놀고, 물고기를 잡고, 낮잠을 자며 평화로운 시간을 보냅니다. 옥자는 하마와 돼지를 합쳐놓은 듯한 거대한 체구를 가졌지만, 온순하고 영리하며 미자를 누구보다 사랑합니다.
주요 사건과 갈등 구조
평화로운 일상은 미란도 코퍼레이션이 10년의 프로젝트 기한이 끝났으니 옥자를 뉴욕으로 데려가겠다고 통보하면서 깨집니다. 미자의 할아버지는 실은 미란도로부터 거액의 돈을 받고 옥자를 팔기로 약속한 상태였고, 미자는 그 사실도 모른 채 옥자가 끌려가는 것을 목격합니다. 화려한 쇼맨십으로 무장한 동물학자이자 방송인 조니 윌콕스 박사가 옥자를 '최고의 슈퍼돼지'로 선정하고 뉴욕으로 데려가려 하자, 미자는 옥자를 구하기 위해 무작정 그들을 쫓아갑니다.
서울에서 미자는 옥자를 실은 트럭을 발견하고 필사적으로 달라붙습니다. 이 과정에서 동물 해방 단체 ALF(Animal Liberation Front)의 리더 제이와 그의 동료들을 만나게 됩니다. ALF는 미란도의 비윤리적 동물 실험을 폭로하기 위해 옥자의 귀에 도청 장치를 달려고 하고, 미자는 처음에는 그들을 믿지 못하지만 결국 옥자를 구하기 위해 협력합니다. 서울 시내를 가로지르는 추격 신은 영화의 하이라이트로, 옥자를 태운 트럭과 미자, 그리고 ALF 멤버들이 벌이는 액션은 긴박하면서도 봉준호 특유의 유머가 섞여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옥자는 미란도에게 다시 잡혀가고, 미자와 ALF는 옥자를 찾아 뉴욕으로 향합니다. 뉴욕에 도착한 미자는 미란도 본사의 지하 도축장에서 끔찍한 광경을 목격합니다. 수백 마리의 슈퍼돼지들이 좁은 우리에 갇혀 있고, 강제로 교배당하며, 결국 도축되어 고기로 가공됩니다. 옥자도 이미 임신한 상태로 발견되고, 미자는 옥자를 구하기 위해 할아버지가 준 금돼지 저금통을 깨고 그 돈으로 옥자를 '구매'합니다. 루시 미란도는 이미지 관리를 위해 미자와 옥자의 재회를 쇼로 만들어 방송하지만, ALF가 녹음한 도청 내용이 폭로되면서 미란도의 추악한 진실이 세상에 드러납니다.
결국 미자는 옥자를 데리고 한국으로 돌아오지만, 도축장을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옥자가 낳은 새끼 돼지 한 마리를 ALF 멤버가 몰래 건네주며 희망을 남깁니다. 영화는 미자와 옥자, 그리고 새끼 돼지가 다시 평화로운 산골로 돌아가는 장면으로 끝나지만, 도축장에 남겨진 수많은 슈퍼돼지들의 운명은 관객에게 무거운 질문으로 남습니다.
메시지와 주제
<옥자>는 동물을 바라보는 인간의 이중적 태도를 날카롭게 비판합니다. 미자에게 옥자는 가족이지만, 미란도에게 옥자는 이윤을 창출하는 상품에 불과합니다. 영화는 공장식 축산의 잔혹함, 동물의 고통, 그리고 기업이 윤리를 포장하는 위선을 정면으로 보여줍니다. 하지만 봉준호 감독은 "이 영화는 육식을 비판하는 영화가 아니다"라고 명확히 밝혔습니다. 그가 문제 삼는 것은 육식 그 자체가 아니라, 가혹하고 비윤리적인 환경에서 동물을 대량 생산하는 시스템입니다.
동시에 이 영화는 자본주의의 폭력성과 거대 기업의 이미지 정치를 풍자합니다. 루시 미란도는 자신을 '착한 자본가'로 포장하지만, 그녀의 동생 낸시는 더욱 노골적으로 이윤만을 추구합니다. ALF는 이상주의적 동물 보호 단체이지만, 그들 역시 완벽하지 않으며 때로는 자신들의 신념을 강요합니다. 봉준호는 선과 악의 이분법을 거부하고, 복잡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줍니다.
2. 등장인물 분석: 순수한 소녀에서 탐욕스러운 자본가까지
미자 (안서현 분)
미자는 영화의 심장이자 도덕적 나침반입니다. 열네 살의 소녀 미자는 도시의 세련됨과는 거리가 먼, 산골에서 자란 순수하고 용감한 인물입니다. 안서현은 영어를 거의 하지 못하는 미자를 자연스럽게 연기하며, 언어 장벽 속에서도 옥자를 향한 사랑과 결연한 의지를 온몸으로 표현합니다. 그녀는 서울의 도심에서도, 뉴욕의 거대 기업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오직 옥자를 구하겠다는 목표만을 향해 달려갑니다.
미자의 강점은 그녀의 단순함입니다. 그녀에게 옥자는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도, 교환할 수 있는 것도 아닌 절대적 존재입니다. 할아버지가 받은 돈도, 미란도가 제안하는 명예도 그녀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안서현의 연기는 특히 옥자와의 교감 장면에서 빛을 발합니다. CG로 만들어진 옥자를 상상하며 연기해야 했음에도, 그녀는 진짜 친구를 대하듯 자연스럽고 감정적인 연기를 선보입니다.
옥자
옥자는 대사는 없지만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입니다. 웨타 디지털이 만들어낸 CG 캐릭터인 옥자는 하마처럼 거대하고 둥글며, 돼지처럼 꿀꿀거리고, 강아지처럼 충성스럽습니다. 그녀의 눈빛은 슬프고 온화하며, 미자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자신의 몸을 던지는 용감한 존재입니다. 옥자는 동물이지만 인간 못지않은 감정과 지능을 가진 것으로 묘사되며, 관객은 자연스럽게 옥자에게 감정 이입을 하게 됩니다. 옥자의 비극은 곧 모든 공장식 축산 동물들의 비극을 상징합니다.
루시 미란도 / 낸시 미란도 (틸다 스윈튼 분, 1인 2역)
틸다 스윈튼은 성격이 정반대인 쌍둥이 자매를 1인 2역으로 연기하며 탁월한 연기력을 과시합니다. 루시 미란도는 밝고 친근한 이미지의 CEO로, 자신을 '착한 자본가'로 포장합니다. 그녀는 할아버지 세대의 잔혹한 경영 방식을 거부하고 "자연 친화적이고 윤리적인" 미란도를 만들겠다고 선전하지만, 그것은 모두 이미지 메이킹일 뿐입니다. 실제로는 동물 학대와 비윤리적 실험을 묵인하며, 이윤 극대화만을 추구합니다.
반면 낸시 미란도는 더욱 냉정하고 계산적인 인물로, 언니 루시를 밀어내고 권력을 장악합니다. 그녀는 위선적인 포장조차 하지 않고, 노골적으로 이익만을 추구합니다. 틸다 스윈튼은 두 캐릭터를 완전히 다른 억양, 표정, 몸짓으로 구분하며, 자본주의의 두 얼굴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조니 윌콕스 박사 (제이크 질렌할 분)
조니 윌콕스는 동물학자이자 방송인으로, 미란도의 슈퍼돼지 프로젝트를 대중에게 홍보하는 얼굴입니다. 제이크 질렌할은 과장된 억양과 히스테리컬한 몸짓으로 조니를 연기하며, 극도로 코믹하면서도 불편한 캐릭터를 만들어냅니다. 조니는 동물을 사랑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미란도의 돈에 매수되어 거짓 쇼를 연출하는 인물입니다.
그의 연기는 호불호가 갈렸습니다. 일부 관객은 지나치게 과장되고 부자연스럽다고 느꼈지만, 이는 봉준호 감독의 의도적인 선택이었습니다. 조니의 가식적이고 과장된 태도는 기업이 대중을 속이기 위해 사용하는 쇼맨십을 풍자하는 장치입니다.
제이 (폴 다노 분)
제이는 동물 해방 전선 ALF의 리더로, 비폭력 원칙을 고수하는 이상주의자입니다. 폴 다노는 차분하고 신중한 연기로 제이를 설득력 있는 인물로 만들어냅니다. 그는 옥자를 구하는 것뿐만 아니라, 미란도의 악행을 세상에 알려 시스템을 바꾸고자 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미자의 동의 없이 옥자를 이용하려 하고, 결국 미자를 배신하게 됩니다.
제이는 선의를 가진 인물이지만 완벽하지 않습니다. 그는 미자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끝까지 옥자를 구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 캐릭터는 운동가들의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보여주며, 선과 악의 이분법을 거부하는 봉준호의 시각을 반영합니다.
희봉 할아버지 (변희봉 분)
미자의 할아버지는 산골에서 소박하게 살아가는 노인이지만, 실은 미란도로부터 거액을 받고 옥자를 팔기로 약속한 인물입니다. 변희봉은 복잡한 감정을 담은 연기로, 가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손녀의 친구를 판 할아버지의 비극을 보여줍니다. 그는 악인이 아니라, 자본주의 시스템 속에서 생존을 위해 타협할 수밖에 없었던 약자입니다.
3. 관객 반응 및 흥행 성과: 넷플릭스 논란과 제한적 극장 개봉
<옥자>는 2017년 6월 29일, 넷플릭스와 전국 일부 극장을 통해 동시 개봉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파격적인 배급 방식은 영화관들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켰습니다. CGV를 비롯한 대형 멀티플렉스들은 넷플릭스 동시 상영이 극장 관객을 빼앗아갈 것을 우려해 <옥자> 상영을 거부했고, 결국 영화는 전국 103개 극소수 상영관에서만 개봉하게 되었습니다.
개봉 첫 주말 3일간 흥행 성적은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 11만 1,052명으로, 좌석 점유율 56.2%를 기록했습니다. 스크린 점유율은 불과 1.9%에 불과했지만, 제한된 상영관에서 이례적으로 높은 좌석 점유율을 달성한 것입니다. 최종적으로 <옥자>는 극장에서 약 3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습니다.
흥행 성적 요약
- 개봉일: 2017년 6월 29일 (넷플릭스 + 극장 동시 개봉)
- 상영관: 전국 103개 극장 (대형 멀티플렉스 불참)
- 첫 주말 3일 관객수: 11만 1,052명
- 좌석 점유율: 56.2% (스크린 점유율 1.9%)
- 최종 극장 관객수: 약 30만 명
- 넷플릭스 스트리밍: 전 세계 190개국 동시 공개
<살인의 추억>, <괴물>, <설국열차> 등 손대는 영화마다 흥행 잭팟을 터뜨린 봉준호 감독의 작품치고는 초라한 극장 성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전적으로 배급 방식의 특수성 때문이며, 넷플릭스를 통한 글로벌 관객 규모는 측정이 불가능합니다. 넷플릭스는 <옥자>를 전 세계 190개국에 동시 공개했으며, 많은 해외 관객들이 이 영화를 시청했습니다.
관객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었습니다. 특히 미자와 옥자의 우정에 감동받은 관객들이 많았고, 도축장 장면은 충격적이면서도 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강렬한 메시지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일부 관객들은 영화를 본 후 "채식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톤이 다소 불균형하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초반의 동화 같은 분위기와 중후반의 잔혹한 현실 사이의 급격한 전환이 일부 관객에게는 부담스럽게 느껴졌습니다.
넷플릭스 배급 논란은 영화 자체보다 더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극장과 넷플릭스의 갈등, 극장 산업의 미래, OTT 플랫폼의 역할 등에 대한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미국에서는 이미 넷플릭스 구독자가 5천만 명을 넘었기에 상영 방식에 대한 논란이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넷플릭스 초기 단계인 한국에서는 여전히 민감한 이슈였습니다.
4. 평단 반응: 칸 영화제의 엇갈린 평가와 해외 호평
<옥자>는 2017년 5월 19일, 제70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되었습니다. 하지만 상영 시작과 동시에 기술적 문제로 영사가 중단되는 해프닝이 있었고, 넷플릭스 로고가 화면에 나타나자 일부 프랑스 관객들이 야유를 보내는 등 시작부터 논란이 많았습니다. 이는 넷플릭스가 극장 개봉 없이 OTT로만 영화를 배급하는 것에 대한 프랑스 영화계의 반발이었습니다.
상영이 끝난 후 평가는 엇갈렸습니다. 칸 영화제의 주요 매체들이 매기는 평점에서 <옥자>는 스크린 인터내셔널 4점 만점에 2.3점, 르 필름 프랑세 4점 만점에 2.0점을 받았습니다. 일부 관객들은 "참신하고 감동적"이라는 평을 내놓았지만, "다소 지루하고 메시지가 너무 직접적"이라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박수가 이어졌지만, 수상으로는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평론가 점수 요약
- 로튼 토마토: 84% 신선도 (평론가 평점 7.4/10)
- 로튼 토마토 관객 점수: 41%
- 칸 영화제 스크린 인터내셔널: 2.3/4점
- 칸 영화제 르 필름 프랑세: 2.0/4점
- 칸 영화제 아이온시네마: 3.3/5점
하지만 해외 평론가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었습니다. 로튼 토마토에서는 신선도 84%, 평론가 평균 평점 7.4/10을 기록했습니다. Variety, IndieWire, Hollywood Reporter 등 주요 매체들은 봉준호의 독창적인 상상력과 사회 비판적 메시지를 높이 평가했습니다. 특히 옥자라는 CG 캐릭터의 생동감 넘치는 표현과, 미자와 옥자의 감동적인 관계가 찬사를 받았습니다.
일부 평론가들은 영화의 톤 변화가 지나치게 급격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초반의 목가적이고 동화 같은 분위기에서 도축장의 잔혹한 현실로 전환되는 부분이 관객에게 충격을 주기는 하지만, 예술적 균형이 다소 무너진다는 의견이었습니다. 또한 제이크 질렌할의 과장된 연기가 영화의 몰입도를 해친다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술적 측면에서는 극찬이 쏟아졌습니다. 웨타 디지털이 창조한 옥자는 실제 동물처럼 자연스럽고 감정이 풍부하며, 안서현이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옥자와 교감하는 연기를 완벽히 구현해냈습니다. 홍경표 촬영 감독의 서울 도심 추격 신 촬영과 정재일 작곡가의 감성적인 음악도 높이 평가받았습니다.
국내 평단의 반응은 해외보다 다소 비판적이었습니다. 많은 평론가들이 봉준호의 메시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그것을 전달하는 방식이 다소 직접적이고 설명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ALF 캐릭터들의 묘사가 다소 만화적이고 평면적이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평론가들은 봉준호가 던지는 질문 자체의 가치와 용기를 인정했습니다.
5. 총평: 동물권과 자본주의를 향한 따뜻하고 날카로운 시선
<옥자>는 봉준호 감독의 가장 따뜻하면서도 가장 불편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미자와 옥자의 순수한 우정을 통해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지만, 동시에 도축장의 잔혹한 현실을 정면으로 보여주며 불편한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왜 어떤 동물은 사랑하고 어떤 동물은 먹는가?" 이 질문은 단순하지만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봉준호 감독은 이 영화가 육식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고 명확히 밝혔습니다. 그가 문제 삼는 것은 자연스러운 육식이 아니라, 공장식 축산이라는 시스템 속에서 동물이 겪는 고통과 착취입니다. 영화 속 도축장 장면은 실제 공장식 축산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며, 이는 관객에게 큰 충격을 줍니다. 하지만 봉준호는 관객에게 채식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대신 그는 우리가 먹는 고기가 어디서 오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알고 선택하라고 말합니다.
동시에 <옥자>는 자본주의의 위선을 날카롭게 풍자합니다. 루시 미란도는 자신을 '착한 자본가'로 포장하지만, 그녀의 윤리적 마케팅은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수단일 뿐입니다. 조니 윌콕스의 쇼맨십은 대중을 속이는 기업 홍보의 전형입니다. 영화는 기업이 어떻게 이미지를 세탁하고, 대중을 기만하며, 윤리를 상품화하는지를 보여줍니다.
미자는 이 모든 위선과 탐욕 속에서 유일하게 순수한 존재입니다. 그녀는 돈도, 명예도, 이념도 관심 없습니다. 오직 옥자를 사랑하고, 옥자를 구하고 싶을 뿐입니다. 그녀의 단순함은 곧 진실이며, 그녀의 용기는 관객에게 감동을 줍니다. 안서현의 연기는 이 영화의 감정적 중심이며, 그녀가 없었다면 <옥자>는 성립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옥자>는 2026년 현재 시점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기후 위기가 심화되고, 동물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대체 고기 산업이 성장하는 지금, 이 영화의 메시지는 더욱 절실합니다. 우리는 여전히 공장식 축산에 의존하고 있으며, 동물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변화의 가능성도 보입니다. 미자가 옥자를 구해낸 것처럼, 우리도 작은 선택들을 통해 변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완벽하지 않습니다. 톤의 불균형, 일부 캐릭터의 과장된 연기, 메시지의 직접성은 분명 약점입니다. 하지만 봉준호가 보여준 용기와 상상력, 그리고 따뜻한 시선은 이 모든 한계를 넘어섭니다. <옥자>는 엔터테인먼트이면서 동시에 사회적 발언이며, 동화이면서 동시에 현실 고발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질문합니다.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넷플릭스 배급 논란으로 극장에서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옥자>는 전 세계 수많은 관객들에게 다가갔고, 동물권과 환경에 대한 중요한 대화를 시작하게 만들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히 의미 있는 작품입니다. 봉준호는 <옥자> 이후 <기생충>으로 세계를 정복했지만, <옥자>는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용감하고 따뜻한 영화로 기억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