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유통기한 임박 제품’은 왜 중요한가?
현대 사회에서 식품은 풍요로운 삶을 상징하는 동시에, 엄청난 낭비의 근원이 되기도 합니다. 대형 마트, 편의점, 슈퍼마켓 등 다양한 유통 채널에서는 매일같이 신선한 식품들이 진열되지만, 동시에 유통기한이 임박했다는 이유만으로 수많은 식품들이 폐기되는 안타까운 현실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러한 식품 폐기는 단순히 상품 가치의 손실을 넘어, 자원 낭비, 환경 오염, 그리고 경제적 손실이라는 복합적인 문제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환경 보호와 자원 효율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고물가 시대가 지속되면서 ‘유통기한 마감 제품’에 대한 사회적, 경제적 재평가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기피 대상이었던 이들 제품이 이제는 합리적인 소비, 자원의 효율적 활용, 그리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중요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입니다. 본 글에서는 유통기한 임박 제품이 소비자와 유통업체, 그리고 사회 전반에 미치는 경제적 의미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이를 통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2. 유통기한과 소비기한: 개념의 이해와 소비자의 오해
2-1. 유통기한 vs 소비기한: 혼동 속의 진실
식품의 안전성과 관련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개념은 바로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입니다. 유통기한은 제품이 시장에서 유통 및 판매될 수 있는 법정 기한을 의미하며, 이는 주로 제조업체가 제품의 품질과 안전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기간으로 설정됩니다. 반면, 소비기한은 소비자가 식품을 섭취해도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실제 기한을 말합니다. 즉, 유통기한이 지났다고 해서 즉시 제품이 부패하거나 섭취에 부적합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러한 혼란을 줄이고 식품 폐기량을 감소시키기 위해 소비기한 표시제로의 단계적 전환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는 국제적인 추세에도 부합하며, 유통기한이 지나도 적절한 보관 조건만 유지된다면 충분히 섭취 가능한 식품이 많다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변화입니다. 이러한 개념의 명확한 이해는 불필요한 식품 폐기를 줄이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첫걸음이 됩니다.
2-2. 소비자의 오해: 낭비를 부추기는 인식의 벽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소비자는 여전히 유통기한이 지나면 식품이 부패했거나 건강에 유해하다고 오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잘못된 인식은 유통기한 임박 제품의 구매를 주저하게 만들고, 멀쩡한 제품이 대량으로 폐기되는 사회적 낭비로 이어지는 주된 원인 중 하나입니다. 이러한 오해는 식품 안전에 대한 과도한 불안감, 정보 부족, 그리고 ‘새것’을 선호하는 소비 심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소비자의 이러한 인식은 유통업체로 하여금 유통기한 임박 제품을 폐기하도록 유도하여, 결국은 사회 전체의 경제적 손실로 귀결됩니다. 따라서 정확한 정보 제공과 지속적인 식품 안전 교육을 통해 소비자의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3. 유통기한 임박 제품 소비의 경제적 가치
유통기한 임박 제품의 소비는 단순히 저렴하게 물건을 구매하는 것을 넘어, 소비자, 유통업체, 그리고 사회 전반에 걸쳐 다양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합니다.
3-1. 소비자 측면: 가계 경제의 현명한 수호자
- 가격 절감 효과: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은 통상적으로 일반 가격보다 20%에서 많게는 70%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됩니다. 이는 소비자가 동일한 품질의 제품을 훨씬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음을 의미하며, 특히 물가 상승기에는 가계 지출을 실질적으로 절감하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 됩니다. 예를 들어, 정가 4,500원인 편의점 도시락을 유통기한 3시간 전에 2,200원에 구매하는 것은 즉각적인 가계 경제 개선으로 이어집니다. 이는 소비자의 구매력을 높이고, 제한된 예산 내에서 더 많은 가치를 얻을 수 있도록 돕습니다.
- 합리적 소비의 실현: 유통기한 임박 제품의 구매는 소비자가 단순히 저렴한 것을 찾는 것을 넘어, ‘필요한 물품을 적시에, 효율적으로 소비한다’는 합리적인 소비 철학을 실현하는 행위입니다. 이는 충동구매를 줄이고, 계획적인 소비 습관을 형성하는 데 기여합니다. 소비자는 제한된 시간 내에 제품을 소비해야 하므로, 식품 낭비를 줄이고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됩니다.
- 물가 상승기의 대안 소비 전략: 고물가 시대에 접어들면서, 소비자들은 생활비 절약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유통기한 임박 제품 구매는 이러한 ‘생활비 절약’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이고 전략적인 소비 방식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이는 소비자들이 경제적 압박 속에서도 현명하게 대처하며, 가계 재정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수단이 됩니다.
3-2. 유통업체 및 생산자 측면: 손실 최소화와 이미지 제고
- 재고 손실 감소: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은 판매되지 않을 경우 폐기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매출 손실로 직결됩니다. 할인 판매를 통해 일부라도 회수하는 것은 기업의 재고 손실을 최소화하고, 재고 관리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이는 기업의 수익성을 개선하고,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합니다.
- 친환경 기업 이미지 구축 (ESG 경영): 식품 폐기량 감소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이행하고, 환경 보호에 기여하는 중요한 활동입니다. 이러한 친환경 정책을 적극적으로 운영하는 기업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평가에서 긍정적인 점수를 받으며, 소비자들에게 지속 가능한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으로 인식되어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습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 비용 구조 개선: 식품 폐기는 단순히 제품 가치의 손실을 넘어, 폐기물 처리 비용, 물류 비용, 재고 관리 비용 등 추가적인 운영 비용을 발생시킵니다. 유통기한 임박 제품의 판매 활성화를 통해 이러한 폐기 비용을 절감하면, 기업은 전체적인 비용 구조를 개선하고 보다 효율적인 물류 및 재고 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3-3. 사회적 측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기여
- 식량 자원의 절약: FAO(유엔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식품의 30% 이상이 낭비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연간 수조 원에 달하는 식품이 유통기한 경과 등의 이유로 버려지고 있습니다. 유통기한 임박 제품의 소비는 이러한 막대한 식량 자원의 낭비를 줄이고,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데 크게 기여합니다. 이는 식량 안보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중요한 과제입니다.
- 저소득층의 식품 접근성 향상: 유통기한 임박 제품은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되므로, 식품 구입에 경제적 부담을 느끼는 저소득층에게 중요한 식량 공급원이 될 수 있습니다. 일부 비영리단체나 복지기관에서는 유통기한 임박 식품을 기부받아 배급함으로써, 사회적 약자의 기본적인 식생활을 지원하고 식품 복지를 실현하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이는 사회적 불평등을 완화하고 공동체의 연대감을 강화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옵니다.
- 폐기물 감소 및 탄소 배출 저감: 음식물 쓰레기는 전체 폐기물 중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며, 매립되거나 소각될 때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기후 변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입니다. 유통기한 임박 제품의 소비는 음식물 쓰레기 발생량을 직접적으로 줄여 환경 오염을 감소시키고, 탄소 배출량을 저감하는 실질적인 효과를 가져옵니다. 이는 기후 위기 시대에 환경 보호를 위한 중요한 실천 방안입니다.
4. 관련 시장 및 플랫폼 사례: 새로운 소비 트렌드의 확산
유통기한 임박 제품의 가치가 재조명되면서, 이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새로운 시장과 플랫폼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4-1. ‘노비스타’, ‘리본즈’ 같은 푸드 리마켓 플랫폼
온라인 기반의 ‘푸드 리마켓(Food Remarket)’ 플랫폼은 유통기한 임박 제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며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이끌고 있습니다. ‘노비스타’, ‘리본즈’와 같은 플랫폼들은 일반 소비자는 물론, 소상공인까지 대상으로 하여 B2B 시장으로도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이들 플랫폼은 정보 기술을 활용하여 유통기한 임박 제품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소비자와 생산자를 직접 연결함으로써 효율적인 재고 소진을 돕습니다.
4-2. 대형 마트의 할인 코너 활성화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국내 주요 대형 유통업체들은 ‘당일 특가’, ‘반값 코너’, ‘폐기 전 특가’ 등 다양한 이름으로 유통기한 임박 제품을 판매하는 전용 코너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코너는 소비자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구매할 기회를 제공하며, 동시에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재고 소진율을 높이고 고객 유입을 유도하는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됩니다.
4-3. 편의점의 타임세일 및 스마트 알림 서비스
GS25, CU 등 편의점 업계는 유통기한 임박 시점에 ‘1+1’, ‘2+1’과 같은 프로모션이나 ‘타임세일’ 방식으로 가격을 낮춰 즉시 소비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구매 앱과 연동하여 유통기한 임박 제품 정보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알림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을 놓치지 않고 구매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이는 소비 편의성을 높이고, 제품의 최종 소비율을 극대화하는 스마트한 접근 방식입니다.
5. 유통기한 임박 제품 소비의 한계와 과제
긍정적인 경제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유통기한 임박 제품의 소비 활성화를 위해서는 몇 가지 한계와 과제를 극복해야 합니다.
5-1. 소비자의 불신 해소: 신뢰 구축의 중요성
“유통기한 임박 제품은 위험하다”는 소비자의 인식이 여전히 강하게 남아있다는 점은 가장 큰 걸림돌입니다. 이러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정보 제공과 홍보, 그리고 식품 안전 교육이 필수적입니다.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의 명확한 차이를 알리고, 올바른 보관 방법을 안내하며,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제품의 안전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야 합니다. 소비자의 신뢰 없이는 아무리 좋은 취지의 제도나 상품도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5-2. 위생과 품질 관리의 문제: 변함없는 원칙
할인된 가격에 판매되는 제품이라 할지라도, 위생과 품질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가 무너지면 지속적인 소비는 불가능합니다. 유통업체는 유통기한 임박 제품을 보관하고 진열하는 과정에서 위생 관리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온도 관리, 포장 상태, 제품의 외관 등 모든 면에서 철저한 품질 관리가 이루어져야 하며, 이는 소비자의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어떠한 타협도 있어서는 안 됩니다.
5-3. 정책적 미비: 제도적 뒷받침의 시급성
유통기한 임박 식품의 기부나 할인 판매를 장려하기 위한 정책적 유인책이 아직 미흡하다는 점도 과제입니다. 식품 폐기를 줄이기 위한 기부 유인 제공, 폐기물세 감면 등의 인센티브가 부족하며, 유럽과 같이 식품 리디스트리뷰션(Food Redistribution)을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적 정비가 시급합니다. 법적,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어야 기업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유통기한 임박 제품의 활용에 나설 수 있습니다.
6. 정책적 제언: 지속 가능한 소비 사회를 향하여
유통기한 임박 제품의 긍정적인 가치를 극대화하고, 관련 시장을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정책적 제언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 소비기한 표시제 확대 및 정착: ‘소비기한’으로의 완전한 전환을 신속히 추진하고, 이에 대한 대국민 홍보 및 교육을 강화해야 합니다. 소비자들이 소비기한 개념에 익숙해지고 식품 안전에 대한 오해를 불식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 세제 혜택 강화 및 인센티브 제공: 유통기한 임박 식품을 자발적으로 기부하거나 할인 판매하는 기업에 대해 세액 공제, 폐기물 처리비 면제 등 실질적인 인센티브를 확대해야 합니다. 이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을 장려하고, 식품 폐기량 감소에 기여하는 동기가 될 것입니다.
- 공공 유통 플랫폼 구축 및 지원: 지자체나 공공기관 차원에서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유통기한 임박 식품 공유 플랫폼’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이는 식품 접근성을 높여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하고, 동시에 식품 낭비를 줄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7. 결론: ‘가치 있는 선택’으로서의 재인식
유통기한 임박 제품은 단순히 ‘싸게 파는 물건’이라는 단편적인 시각을 넘어, 합리적 소비, 지속 가능한 경제, 그리고 환경 보호라는 세 가지 핵심 가치가 집약된 새로운 소비 모델입니다. 개인은 가계 지출을 절약하고, 기업은 재고 손실을 줄이며, 사회 전체적으로는 막대한 음식물 쓰레기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다층적인 긍정적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이제는 ‘유통기한 마감 제품’을 더 이상 기피 대상이 아닌,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가치 있는 선택’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인식의 전환과 더불어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적 뒷받침이 이루어진다면, 우리는 보다 효율적이고 환경 친화적이며, 모두에게 이로운 지속 가능한 소비 사회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